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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증 벗어나기

맥시멀리스트는 피곤해

by 희랑잉 2023. 1. 26.

나는 예전에 부끄럽게도 맥시멀리스트였다.
마음에 들면 깔별로 챙겨놓거나
필요 없어도 우선 쟁여놓기도 하고 그랬었다.
덕분에 내 방은 항상 물품으로 가득 차있었다.

과거엔 쇼핑하면서 물품 채우는걸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내 스스로 암시를 걸었던 것 같다.
최근에서야 그건 내 허함을 잠시 채우는
임시방편임을 이제야 알았다.

예전에는 어딜 가면 기념이랍시고 이것저것 다 챙겨오고
브로슈어나 남이 보면 쓰레기같은 것도 챙겨와서
방에 전시하듯 버려두곤 했다.
그러다가 아예 그 존재를 잊어버려서
어느새 내 방은 이쁜 쓰레기통이 되버린 것이다.

심지어 나는 뭔가를 잘 버리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특히 추억이라는 미명하에 쓰지도 못하고
아무 의미 없는 것들도 단순히 쳐박아놓는 사람이었다.

그러다보니 내 방이 어느새 들어오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물건이 나에게 주는 무거움을 느끼고 있다.
나에게 오는 것 자체가 부담이랄까.
예전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왜 설파하셨는지 미련한 중생은
너무 늦게서야 깨닫게 되었다.


요새는 내 돈을 직접 물건을 주고 사는 건
정말 고심끝에 사는 걸로 하고 있다.
예전엔 단순한 수집욕으로 나의 공허함을 채우려고 했다면
지금은 비워내는 것에 방향이 180도 바꼈다.

또 달라진 건 내가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단 거다.
일회용품을 쓰면서 버릴 때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다.
인간이 활동하면서 생기는 쓰레기들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해치는 것이 못마땅해졌다.
그렇다고 제로웨이스트를 영위하기엔
인간은 문명 생활을 사는 거 자체가 쓰레기를 생산하므로
가급적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을 추구하게 됐다.
굳이 뭔가를 늘리려고 하지않고.

대청소를 마음먹고 한 적이 있다.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니
항상 청소를 한다고 해도 먼지만 치워내는 방식이었는데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것들을
나름 과감하게 버려서 꽤 많이 줄였긴 했는데
아직 한 번도 쓰지못하고
내팽겨쳐있는 물건들도 많아서
그 쓰임을 다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 또한
환경에 좋지 않을 거 같아 냅두고 있는 것도 많다.
그래도 쓰임은 다 하는 것이 나으니까
나한테 일단 들어오게 된 것들은
열심히 소비하려고 노력 중이다.

무기력증때문에 내가 뭘 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힘들기 때문에 항상 ”나중에“로 일관했다.
언젠가 먹겠지, 나중에 써야지 이렇게 미루면서
물건만 탑처럼 여기저기 쌓아두다보니
유통기한이 훌쩍 지나버린 것도 많았다.

아끼면 똥된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니다.
쓰다가 버리는 건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쓰지도 않았는데 버리는 건 아까워 미칠노릇이니까
며칠 날을 잡고 내가 가지고 있는 물품들을 싹 정리해서
엑셀파일로 정리해놨다. 유통기한과 위치까지.
덕분에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 뭘 처리해야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됐다.

지향한다고 했지 나의 성향을 확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도 가끔 예쁜 걸 보면 갖고싶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예전처럼 충동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쟁여놓는 미련한 짓을 하지 않는다는거다.
내 방이 더이상 답답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물건을 갖고있는 것 자체도 그 물건을
내가 책임져야한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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