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무기력증과 우울증은 한 끗 차이이다.
우울증에서 무기력증이 오기도 하고
무기력증에서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그래서 무기력증이라고 하면 병원에선
우울증으로 처방해주곤 한다.
무기력증은 또 무엇인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그냥 보기에 사람이 정말 게을러 보이고
한심해 보이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왜냐면 몸엔 이상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되는 게 무기력증이기에
아프지도 않으면서 꾀 부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에너지 자체가 없어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건데, 이게 정말 심할 때는
방에서 컵을 옮기고 싶을 때 그 하나를 하기가 힘들어서
끙끙 대다가 겨우 실행하고 나면 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누워있게 되는 그런 것이 무기력증이다.
비유를 들자면, 엔진이 고장나서 연비가 굉장히
떨어지는 기계가 된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에너지 출력이 현저히 떨어져버리는
고물덩이가 되는 게 무기력증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병원에서 꽤나 노력했지만
나한테 맞는 약을 찾기 힘들어
지금은 우울증약을 먹고 있지 않고 있다.
반 년 가까이를 부작용과 싸워가면서
약을 먹어보기도 하고 꽤나 많이 바꿔봤는데
나한테 효과는 없으면서 부작용만 생기는 바람에
고생만 하고 좌절만 안겨줬던 나의 약 복용 실패기.
약 잘못 먹어서 살찐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정말 약때문에 살이 찌는 걸 경험하니까
자괴감이 너무 들었다.
내 몸이 망가지는 걸 보면서 우울증 약이 오히려
나한테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는 걸…
(지금도 몸무게 보면 너무 소름끼치는 데
마음 먹고 뺄 자신이 없다. 그조차도 무기력해서)
또다른 부작용으로는 소화불량.
불량 정도가 아니라 장이 아예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라
속이 안 좋고 구역질 나오고 토할 거 같은?
이런 느낌을 처음 느껴봐서 너무 당황했었다.
선생님한테도 약을 못 찾는 설움을 토로했었으나
개인별로 약 효능이 다르니 다 먹어보고 나에게 맞는 걸
찾아봐야한다는 얘기뿐.. 어쩌겠나
내가 이리 약에 민감한 타입이었다는 걸ㅠㅠ
약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마는
부작용을 이겨내면서까지 효과 있는 약을 찾을 수 없어서
무기력증을 관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약이 나는 안맞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뿐,
약이 효과가 있으면 복용하는 게 훨씬 낫다!)
우선은 내가 예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나 돌아보기.
우울증이 오지 않았던 나는 꽤나 계획적이고 활동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스케쥴러에 빼곡하게 기록하고
알람설정도 해가면서 이것저것 하던 나였었다.
지금 고장난 상태의 나로썬 예전 상태로 돌아가야지! 는
사실 너무 힘들다. 이걸 목표로 잡으면
나는 좌절하면서 포기해야 할 걸 알기에,
목표는 너무 높지않게 잡기로 한다.
그리고 나의 루틴을 세워보기.
매일매일 해야할 것들을 세워보고, 어떻게든 해내보기.
무기력증이 심하면 사실 나를 관리하는 것조차 힘들다.
씻는 것도 못해서 며칠을 그대로 있을 때도 있다.
내 루틴을 우선 세우고, 그거라도 해낸다면
다른 것들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루틴은 별 거 없다.
영양제 챙겨먹기
화장품 바르기
하루 두 번 좌훈하기
여기에 좀만 더 에너지가 올라오면 운동하기를 추가할 예정이다.
사실 저거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날이 아직 많아서..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블로그도 내 루틴 중의 하나이다.
아직까진 재밌어서 꾸준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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